[주제]
나의 피로회복 정류장은 OOO이다
[시놉시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이 있다. ‘강대리’도 예외는 아니다. 그녀의 짜릿한 상상 속에선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박카스 뒤에 숨겨진 것은 무엇이었을까?
[배우]
강대리 역 - 강운지
김부장 역 - 김희구
[스탭]
기획 - 배성환
동시녹음 - 오창민
의상 - 김혜진
촬영/편집 - 배승환
[비하인드]
과천 공모전을 출품하고 며칠 후, 그동안 기다려왔던 공모전이 개최됐다는 소식을 접했다. 바로 3년째 꾸준히 도전하고 있는 박카스 29초영화제다. 그동안 다양한 공모전에 입선했지만 유독 수상이 탐나는(?) 공모전이 바로 29초영화제, 그중에서도 박카스 공모전이다. 3년 전만 해도 세상에 이렇게나 다양한 영상 공모전이 존재하는 줄 몰랐다. 요즘은 스펙을 쌓는다는 명분으로 공모전이 제법 보편화 됐지만, 난 살아오며 딱히 공모전에 대한 스펙의 필요성을 느껴본 적이 없었기에 이런 세상이 있음을 알게 된 후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그리고 나의 첫 공모전 출품이 박카스 29초영화제였다. 물론 탈락의 쓴 고배를 마셨고 내 기획력과 제작 실력을 의심하게 된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29초영화제는 단순히 퀄리티만 따지는 공모전이 아니었다. 출품작과 수상작을 보면 퀄리티 여부와 상관없이 창의적인 작품들이 많기 때문이다. 평범한 에피소드를 평범하지 않게 연출하는 기획을 보고 있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나도 그 반열에 오르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먼저 기획에 들어갔다. 이번 박카스 29초영화제의 주제는 '나의 피로회복 정류장은 OOO이다'다. 다소 난감한 주제였다. '피로회복 정류장이라니...',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최근 박카스는 버스 옥외광고를 진행했고 이를 공모전과 매칭 시켜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는 것 같다. 이번 공모전 영상에 박카스 버스가 노출되면 가산점이 있다는 옵션이 결정적이었다. 공모전을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여간 까다로운 옵션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 가산점은 과감히 포기한다!
직장인인 내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는 회사에서 일어날 법한 에피소드였다. 하지만 너무 뻔한 연출밖에 떠오르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며칠을 고민했지만 뾰족한 스토리가 떠오르질 않았다. 그러다 문득 얼마 전 봤던 해외 단편영화가 떠올랐다. 'Donovan Wiebe' 감독이 연출한 라는 1분짜리 단편영화인데, 우유가 담긴 컵 뒤에서 일어난 살인을 짤막하게 다룬 스토리였다. 피사체 앞을 물체로 가리고 있으니 당연게도 '저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호기심이 생겼다. 왠지 재미있는 반전이 연출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게 상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면 조금 더 다양한 연출이 가능할 것 같았다.
고민할 새도 없이 곧바로 스토리보드를 만들었다. 어디선가 말한 적 있는 것 같은데 내 그림 실력은 매우 형편없다. 그래도 촬영을 함께할 배우와 스태프가 이해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한다. 물론 포스트 프로덕션은 전적으로 내가 작업하기 때문에 '기억의 습작'과도 같은 작업이지만 말이다. 하핫... 진심으로 그림을 잘 그리고 싶다.
(노력도 안 하면서 욕심만 많다)
콘티를 짜고 찾아온 주말, 회사에서 촬영이 이루어졌다. 원래 필름 메이커스를 통해 배우를 모집하는 절차가 필요하지만, 내 오랜 친구이자 따콩 스튜디오의 전속 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희구가 극 중 '부장' 역을 맡기로 했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를 끌고 갈 주인공 '대리' 역은 부재였다. 한참을 고심하던 끝에 회사 후임 중 명랑한 캐릭터를 가진 운지씨에게 출연 제의를 했더니 흔쾌히 승낙해주었다.
(물론 상금은 1/N)
첫 씬 촬영은 옥상에서 진행됐다. 영상의 첫 포문을 여는 씬이기에 매우 중요한 촬영이었다. 문제는 촬영 당일 외부 온도가 36도에 임박했다. 그야말로 미친 날씨였다. 땡볕 아래 약 20분의 촬영이 진행됐는데, (소품, 카메라 세팅까지 하면 40분) 누군가 내 몸의 수도꼭지를 열었다면 이랬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찍어야지... 그나마 기분이 좋았던 건 하늘의 구름이 정말 영화처럼 떠 있었던 것, 뭉개 뭉개라는 말이 이렇게나 잘 어울리는 구름이라니... 야외 촬영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다.
박카스와 인물 간의 거리는 약 10m였다. 평소라면 심도있는 연출을 위해 최대개방(F1,4)을 하겠지만, 이번 경우 조리개를 개방하게 되면 보케(Bokeh) 현상이 심해져 박카스의 글씨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때문에 조리개는 최저개방(F22)을 했고, 그만큼 어두워진 화면은 ISO로 해결했다. (날이 좋아 천만다행이었다) 그럼에도 앞서 시청한 정도의 보케가 생겼다. 뭐, 어쩔 수 없지... 이후 사무실 씬은 특별한 일 없이 무난하고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시네마틱 영상을 선호하는 내가 이번 작품 편집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컬러 그레이딩이었다. 영상 도입부인 상상과 후반부인 현실의 확실한 경계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도입부에서 강대리가 쉐도우 복싱을 하는 씬에서는 화이트밸런스(WB)의 색조(Tint) 값을 낮춰 녹색이 감도는 느와르적인 상황을 연출했고, 후반부의 현실에서는 온도(Temperature)를 낮춰 파란빛이 감도는 사무실로 연출했다. 물론 도입부의 하늘은 채도(Saturation)를 조절해 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의 대비를 줬다. 레터박스는 보너스!
그리고 출품을 완료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해당 작품은 수상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나름 작품성과 퀄리티는 만족스럽지만, 주제의 부합성, 그리고 박카스가 가진 색깔을 고려한다면 절대 수상할 수 없는 작품일 것이다. 하지만 공모전을 핑계로 다시 한번 내가 좋아하는 영상을 제작했다는 것에 만족... 하긴 개뿔!
박카스 공모전 출품은 다음화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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