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알리고 싶은 과천시의 매력
[의도]
‘과천의 녹색을 담다’ 촬영에 앞서 실시한 사전답사에서 과천은 자연과 발전이 어우러진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 길을 영상에 담고자 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시각 장애인의 눈을 통해 각박한 도시의 사람과 비교적 여유로운 과천의 사람 그리고 녹색의 아름다움이 묻어 있는 과천을 담았습니다.
[시놉시스]
시각이 불편한 희구는 문득 어디론가 떠나고 싶었다.
[배우]
시각장애인 역 - 김희구
행인1 역 - 배성환
행인1 역 - 김혜진
[스탭]
기획/촬영/편집 - 배승환
동시녹음 - 오창민
[비하인드]
코로나로 무료한 나날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회사 동료를 통해 '2021 과천시 영상 공모전'이 개최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회사와 집만 오가며 지쳐가던 나에게는 제법 흥미로운 소식이었다. 그리고 2021년의 첫 공모전 출품이기도 했다. 마감 날짜가 채 10여 일도 남지 않았었지만 크고 작은 공모전 출품 경험을 가진 우리는 곧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지역에서 운영하는 공모전은 대부분(어쩌면 거의 다) 지역 특산물과 명소를 소개하는 영상이 주를 이룬다. 아쉽지만 그런 영상이 대부분 수상을 하는 것도 사실이다. 뭐, 당연한 이야기다. 지자체에서는 지역을 홍보하기 위해 많은 돈과 인력을 투입해 공모전을 개최하고 자신들의 입맛, 그러니까 의도에 맞는 영상을 뽑는 것이 말이다. 그러다 보니 타임랩스를 활용한 명소의 드라마틱한 연출이나 드론을 활용한 웅장한 촬영물은 반드시 입선작에 포함되어 있다.
(근데 유튜브 좋아요 심사는 조금 아니지 않나...)
다시 돌아와, 시네마틱 영상을 선호하는 나에게 지자체 공모전 영상은 언제나 어렵다. 왜냐하면 단순히 장소만 나열한 소개 영상이 아닌 '이야기 속에 장소를 담는 게 내 최소한의 룰'이다. 그렇기에 스토리텔링, 구성, 연출 등을 생각하며 그들의 입맛에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이 방식을 공모전 영상에 도입하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론 지금도 그 과정에 있지만 말이다.
공모전을 시작하며 가장 먼저 준비한 것은 과천에 대한 이미지(느낌)였다. 과거 과천에서 진행한 공모전 수상작이나 과천에 거주하는 인물들에게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렇게 도출한 키워드는 '녹지와 길'이었다. 과천은 서울 근교에 자리 잡고 있지만, 확실히 서울과 다른 느낌이었다. 비교적 숲이 조성된 곳이 많았고,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어쩐지 다들 여유로워 보였다.
과천에서 느꼈던 이 모든 감정을 영상에 담아보고 싶었다.
사전 답사를 마치고 우리 팀은 스토리텔링(기획)에 들어갔다. 녹지와 길을 거니는 주인공의 모습에 '어떤 이야기를 담으면 좋을까?'를 생각해 봤다. 하루 동안 많은 아이디어가 오갔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서울과 맞닿아 있지만, 서울과 다른 분위기를 연출해보자!'로 의견이 귀결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장난기가 발동했다. 녹지와 길을 조금 독특한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그래서 도입한 장치가 주인공이 시각장애인이라는 설정이었다. 눈이 불편한 시각장애인이라면 걷는 '길'도, '녹지'를 바라보는 시야도 불편하겠지만 서울과 다른 과천 만의 색상과 여유로움을 함께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촬영 당일 사전에 작업해둔 콘티에 맞춰 도입부 영상을 빠르게 촬영했다. 이날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급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촬영 세팅을 했고, 상황에 맞춰 촬영이 진행됐다. 다급했던 마음과 달리 집에서 촬영한 영상의 결과물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차를 몰아 행인 역의 배우들을 픽업하고 과천으로 향했다.
이날 과천의 날씨가 30도를 웃돌았다. (영상미는 좋겠지만) 정말 살인적인 더위였다. 중간에 비까지 내려 날은 꿉꿉했고 끈적했다. 야외 첫 촬영은 행인2 혜진과 주인공 희구가 부딪히는 씬이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했다. 선글라스의 큰 문제를 발견하기 전까지...
야외 촬영 시작 전 스탭이 중요한 준비물을 잊었다. 주인공인 희구가 카메라를 바라보는 씬이 많았기 때문에 본래 '메탈 선글라스'가 준비되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챙기지 못했고 급하게 내 차에 있던 '미러 선글라스'를 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카메라를 들고 있는 내 모습이 렌즈에 투영되는 것이었다. 덕분에 주인공이 카메라를 바라보는 컷들이 급하게 수정되었다.
(하필 마음에 드는 컷에 노골적으로 카메라가 반사되어 후반 작업에 손이 많이 갔다)
과천주공 10단지, 중앙공원, 과천역, 양재천에서의 촬영을 마친 후 설레는 마음을 갖고 서울대공원으로 향했다. 마음이 설렜던 이유는 여기가 오늘의 마지막 촬영지이기도 했고, 정말 오랜만에 방문하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서울대공원에서의 내 마지막 기억은 중학생 때 소풍으로 방문했던 것 같은데, 코끼리 열차 매표소 앞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아기들의 울음소리 그리고 소풍이 주는 설레는 마음이 한대 뒤섞인 복잡 미묘한 감정이었을 것이다. 고맙게도 서울대공원은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은 느낌이었다. 회사 동료의 추천 코스였던 코끼리 열차 주행 코스를 도보로 걷고 나니 촬영은 끝나 있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정신없는 하루였다. 물론 집으로 돌아와 편집이라는 후반 작업이 남아 있었지만, 촬영이 끝나는 그 순간만큼은 언제나 즐겁다.
(물론 촬영물에 대한 걱정도 조금은 있다)
영상 편집을 앞둔 나의 마음은 설렘과 공포가 공존한다.
촬영물의 상태를 디테일하게 확인하기 전까지 말이다.
다음 날 회사에 월차를 내고 편집 작업에 돌입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전날의 고생을 더듬으며, 영상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살펴봤다. 매우 기쁘게도 마음에 드는 컷의 피날레였다. 편집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완성된 영상의 결과물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아니, 더 나아가 벌써 수상하고 있는 내 모습을 그렸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영상에 사용할 배경음악(BGM)을 선정하는 일이다. 아주, 매우, 진짜, 굉장히 심각하게 중요한 작업이다. 배우들의 연기나 촬영 기법도 중요하지만, BGM은 영상이 전하고자 하는 '감정의 메시지'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시청했던 드라마 <라이브>의 한 씬을 준비했다. 해당 영상의 BGM을 들어보면 묘한 기분이 든다. 시위 현장이라는 극단적인 연출이지만, 마치 '우리 같은 경찰들에게는 이게 일상이야'라고 말하는 것 같지 않은가?
저작권 문제가 없으면서도 영상이 전하고자 하는 감정의 BGM을 찾는 일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한다. 내가 기획한 영상에서는 '서울을 벗어나 과천이 가진 묘하면서 몽환적인 매력 그리고 시각장애인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약간은 우울한 감정이 드는 곡'을 찾아야 했고, 앞서 시청했던 곡이 픽스되었다.
이후 자연스러운 컷 전환과 나레이션을 편집하고, 컬러그레이딩을 끝으로 공모전 출품작이 완성되었다. 공모전 출품작을 제출하고 나면 수상 여부와 관계없이 무언가를 완성했다는 성취감에 빠진다. (물론 수상까지 하면 더 좋겠지만) 내가 영상에 푹 빠져 일할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과도 같다.
공모전 출품을 함께 준비한 팀원들에게 심심한 감사의 인사를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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